내가 죽고 나서야 오빠들은 진실을 알았다

GoodNovel new 완결

가짜 여동생은 그저 재채기를 한 번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세 오빠는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가짜 여동생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고 돌봤다. 그러다 가짜 여동생이 또 내가 자신을 밀어 물에 빠뜨렸다고 모함하자, 세 오빠는 곧바로 나를 영하 50도의 폐냉동고에 가두고, 안에 있던 유일한 비상 스위치까지 끊어버렸다. 나는 대표인 큰오빠에게 울부짖으며 살려 달라고 했지만, 큰오빠는 내가 악을 쓰며 관심을 끌려 한다고 했다. 의사인 둘째 오빠에게 살려 달라고 빌었지만, 그는 내가 자업자득이라고 했다. 일류 변호사인 셋째 오빠에게 사과하자, 그는 오히려 비웃으며 말했다. “평소에 예진이를 질투하는 것도 모자라, 몸이 약한 걸 뻔히 알면서 물에 밀어 넣다니. 정말 독하구나!” “너처럼 악독한 인간은 냉동고에 갇혀서 제대로 반성해 봐야 해!” 말을 마친 세 오빠는 재채기 한 번 했을 뿐인 예진이를 품에 꼭 끌어안고 서둘러 병원으로 향했다. 체온이 서서히 떨어지고, 온몸의 피가 조금씩 얼어붙는 게 느껴졌다. 36시간 뒤, 나는 완전히 숨을 거뒀다. 그리고 사흘 뒤, 오빠들은 예진이와 함께 퇴원하고 나서야 비로소 나를 떠올렸다. 하지만 세 사람은 내가 이미 그곳에서 얼어붙어 차가운 시체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챕터 (1)

1화

가짜 여동생은 그저 재채기를 한 번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세 오빠는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가짜 여동생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고 돌봤다. 그러다 가짜 여동생이 또 내가 자신을 밀어 물에 빠뜨렸다고 모함하자, 세 오빠는 곧바로 나를 영하 50도의 폐냉동고에 가두고, 안에 있던 유일한 비상 스위치까지 끊어버렸다. 나는 대표인 큰오빠에게 울부짖으며 살려 달라고 했지만, 큰오빠는 내가 악을 쓰며 관심을 끌려 한다고 했다. 의사인 둘째 오빠에게 살려 달라고 빌었지만, 그는 내가 자업자득이라고 했다. 일류 변호사인 셋째 오빠에게 사과하자, 그는 오히려 비웃으며 말했다. “평소에 예진이를 질투하는 것도 모자라, 몸이 약한 걸 뻔히 알면서 물에 밀어 넣다니. 정말 독하구나!” “너처럼 악독한 인간은 냉동고에 갇혀서 제대로 반성해 봐야 해!” 말을 마친 세 오빠는 재채기 한 번 했을 뿐인 예진이를 품에 꼭 끌어안고 서둘러 병원으로 향했다. 체온이 서서히 떨어지고, 온몸의 피가 조금씩 얼어붙는 게 느껴졌다. 36시간 뒤, 나는 완전히 숨을 거뒀다. 그리고 사흘 뒤, 오빠들은 예진이와 함께 퇴원하고 나서야 비로소 나를 떠올렸다. 하지만 세 사람은 내가 이미 그곳에서 얼어붙어 차가운 시체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제1화 극한의 추위 속에서 나는 폐냉동고 안에서 얼어 죽었다. 그리고 죽고 나서야 알게 됐다. 가짜 여동생이 큰오빠가 설정해 둔 영하 10도를 영하 50도로 바꿔 놓았고, 내가 유일하게 구조를 요청할 수 있던 휴대폰마저 얼려서 망가뜨렸다는 것을. 영혼이 세 오빠 곁을 떠돌게 된 뒤, 사흘 동안 나는 세 오빠가 임예진 곁을 맴돌며 살뜰히 챙기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큰오빠는 2조짜리 계약을 미뤄두고 직접 삼계탕을 끓여 줬다. 둘째 오빠는 국제 의학 심포지엄을 미루고 병상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았다. 셋째 오빠는 막 깨어난 임예진의 웃음을 보려고 도시 전체에 불꽃놀이를 사들였다. 세 사람은 임예진을 하늘 끝까지 떠받들기 위해 은근히 경쟁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내가 아직 냉동고에 갇혀 있고, 시신마저 투명하게 얼어붙어 있다는 사실은 떠올리지 않았다. 사흘 뒤, 임예진이 퇴원해 집으로 돌아왔다. 집사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마중 나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도련님, 아가씨가 냉동고에 갇힌 지 사흘이나 지났는데, 아직까지 아무 기척이 없습니다...” 나는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오빠들이 조금이라도 걱정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큰오빠 임경훈은 싸늘한 얼굴로 곧바로 말을 잘랐다. “닥쳐! 예진이가 막 퇴원했는데, 그년 얘기는 왜 꺼내?” 집사가 다시 입을 열려 하자, 둘째 오빠 임경진이 차가운 눈빛으로 노려보며 말했다. “감히 동생을 물에 빠뜨린 애야. 며칠 냉동고에 넣어두고 반성하게 하는 게 뭐가 잘못됐어?” 셋째 오빠 임경택도 코웃음을 쳤다. “예진이가 몸이 약한 걸 뻔히 알면서 얼음 호수에 밀어 넣었잖아. 충분히 반성하기 전에는 꺼내줄 생각 없어.” “괜찮아. 온도는 내가 미리 맞춰 뒀으니까 죽지는 않아. 그냥 고생 좀 해보라는 거지.” ‘고생’이라는 말을 듣자, 내가 태어나서부터 얼마나 고생했는지가 떠올랐는지 큰오빠의 눈빛에 잠시 망설임이 스쳤다. 큰오빠는 셋째 오빠를 보며 물었다. “확실히 영하 10도 맞아? 그래도 가서 확인해 보는 게...” 하지만 그 말이 끝나자마자 임예진이 때마침 손목을 들어 올렸고, 소매가 흘러내리며 옅은 붉은 자국이 드러났다. 그리고는 힘없이 기침을 두어 번 하며 말했다. “오빠... 언니를 너무 탓하지 마세요. 어쩌면 일부러 그런 게 아닐지도 모르잖아요. 그러니까 그냥... 꺼내주면...” 하지만 붉은 자국을 본 순간, 망설이던 둘째 오빠의 동공이 급격히 좁아졌고, 임예진의 손목을 확 잡아챘다. “이거 그년이 널 밀칠 때 생긴 거야?” 임예진은 황급히 손을 빼며 말했다. “아니에요. 내가 부딪힌 거예요... 언니는 그냥 내가 자기 자리를 차지했다고 화가 나서 살짝 잡아당겼을 뿐이에요.” “이게 살짝 잡아당긴 거라고? 누가 봐도 세게 잡아당긴 자국이잖아!” 붉은 자국을 힐끗 본 큰오빠의 눈에도 곧바로 분노가 차올랐다. 큰오빠는 휴대폰을 집어 들어 나와 주고받은 대화 기록을 확인했다. 마지막 대화는 사흘 전에서 멈춰 있었다. 내 휴대폰이 얼어붙어 망가진 탓에, 내가 보내지 못한 메시지 하나와 걸려 온 전화 한통만 화면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큰오빠는 험악한 얼굴로 휴대폰을 탁자에 내리쳤다. “사흘 동안 사과 한 마디도 없어? 아직도 자기가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 “어쩌면... 언니는 내가 동생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나 봐요. 차라리 내가 집을 나가면... 언니도 더 이상 화낼 일이 없을 거예요.” 임예진은 고개를 숙인 채 가녀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큰오빠가 벌떡 일어나 얼굴 가득 분노를 드러냈다. “무슨 소리야! 그년이 무슨 자격으로 널 내쫓아? 넌 우리가 어릴 때부터 키운 동생이야! 오빠가 있는 한 감히 널 괴롭히지 못하게 할 테니 걱정 마!” 둘째 오빠와 셋째 오빠도 차갑게 맞장구쳤다. “맞아. 아까 그년을 걱정한 우리가 바보였지! 그년이 그럴 가치나 있겠어?” “그년은 신경 쓰지 말고 가자! 오빠들이 맛있는 거 사 줄게. 몸부터 챙기자.” 그 모습을 보던 집사는 온몸을 떨며 애타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아가씨는 정말 사흘 동안 아무 기척이 없습니다...” “며칠 냉동고에 가뒀다고 사람이 죽기라도 하겠어?” 셋째 오빠가 귀찮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시골에서 15년이나 살았잖아. 별 고생을 다 겪었을 텐데 이 정도로 뭘 그렇게 호들갑이야? 괜히 예진이 놀라게 하지 마.” 나는 허공에 떠서 오빠들이 나를 향해 퍼붓는 독설을 들으며 그저 쓴웃음만 지었다. ‘그래, 시골에서 보낸 15년...’ 양부모에게 돈을 벌어다 주려고 벽돌을 나르고, 쓰레기를 줍고, 추운 날씨에 설거지를 하며 어린 나이에 몸까지 잔뜩 상했다. 친부모를 찾으면 모든 게 나아질 줄 알았는데, 부모님은 돌아오는 길에 뜻밖의 교통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났다. 오빠들은 온갖 고생 끝에 나를 집으로 데려와, 처음에는 나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며 지난 15년의 빚을 모두 갚아 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매번 임예진이 눈시울을 붉히며 친부모가 지은 죄를 대신 갚겠다고, 죽도록 일하며 속죄하겠다고 울먹일 때마다 오빠들은 곧장 임예진 곁으로 달려가 다급하게 달랬다. “예진아, 그 사람들은 그 사람들이고 넌 너야. 넌 아무 잘못 없어. 우리에게 넌 영원히 동생이야!” 그러고는 곧바로 나를 돌아보며 차갑게 경고했다. “앞으로 예진이랑 사이좋게 지내. 시골에서 배운 못된 버릇은 가져오지 말고.” 남은 혈육이라고는 이 세 사람뿐이었기에, 나는 아픔을 참고 그 말에 따랐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임예진의 끊임없는 모함과 누명이었고, 내 해명을 오빠들은 단 한 번도 믿어 주지 않았다. 그저 매번 똑같은 말만 내뱉었다. “예진이는 우리가 어릴 때부터 키운 애야. 우리가 그 애 성격을 모르겠어?” 사흘 전, 임예진은 일부러 가사도우미들을 물러나게 하고, 오빠들이 보는 앞에서 얼음 호수로 몸을 던졌다. 나는 다시 한번 세 오빠에게 매정하게 버려진 채 냉동고에 던져졌다. 서리가 낀 철문 앞에 무릎을 꿇고, 나는 추위가 무섭다고, 이러다 얼어 죽을 거라고 필사적으로 머리를 조아리며 애원했다. 하지만 돌아온 건 둘째 오빠의 냉담한 비웃음뿐이었다. “뭘 얼어 죽어! 예진이가 열이 나게 만든 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 냉동고에 좀 들어가 있으면 정신도 차리고 좋겠네. 안 죽어.” 셋째 오빠는 냉동고 안에 있는 유일한 비상 스위치마저 뽑아 버려 내게서 살아남을 가능성마저 완전히 없애 버렸다. 그리고 지금, 세 오빠가 임예진을 극진히 보살피는 모습을 보며 나는 그저 쓴웃음을 지었다. ‘제발 눈을 뜨고 봐.’ ‘당신들이 가장 착하다고 믿는 임예진이, 그 친동생을 자기 손으로 죽였다는 걸.’ 제2화 그 후 몇 시간 동안, 세 오빠는 나를 철저히 벌주려는 듯 일부러 임씨 저택을 웃음소리로 가득 채웠다. “큰오빠, 고생 많았어요. 둘째 오빠, 셋째 오빠도 얼른 드셔 보세요.” 임예진은 직접 구운 쿠키를 내밀며 큰오빠의 어깨를 살살 주물러 주었다. 각자의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휘두르던 세 남자의 눈에는 지금 한없이 다정함이 가득했다. 내 영혼은 다시 서리가 내려앉은 그 철문 뒤로 돌아갔다. 구석에는 내 시신이 기괴한 모습으로 웅크리고 있었다. 피부는 섬뜩할 정도로 검푸르게 변해 있었고, 속눈썹과 머리카락은 두꺼운 서리로 뒤덮여 있었다. 열 손가락은 철문을 필사적으로 긁어댄 탓에 손톱이 모두 뒤집히고 부러져 있었고, 흘러나온 피는 검붉은 얼음 조각으로 얼어붙어 있었다. 정말 처참했다. 그렇게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때, 집사가 찻잔을 든 채 거실에 털썩 무릎을 꿇는 모습이 보였다. 집사가 이렇게 사정하러 온 것도 벌써 세 번째였다. “큰 도련님, 사흘이나 됐습니다. 아가씨는 어릴 때부터 시골에서 자라 몸도 약합니다. 이대로 더 두셨다가는 정말 위험합니다!” 찻잔을 들고 있던 큰오빠의 손이 살짝 멈췄고, 미간이 좁혀졌다. 둘째 오빠도 신문을 내려놓으며 눈빛에 잠시 망설임이 스쳤다. 하지만 바로 그때, 임예진의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다 내 탓이에요... 내가 언니를 화나게 하지 않았더라면, 언니도 그런 고생을 하지 않았을 텐데.” “내가 언니한테 가서 무릎 꿇고 사과할게요. 내가 들어가서 언니를 데리고 나올게요.” 임예진은 밖으로 뛰쳐나가려는 듯 몸을 움직였고, 가녀린 몸이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휘청거렸다. 그러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마음이 약해졌던 오빠들의 얼굴이 다시 굳어졌다. 큰오빠는 임예진을 확 끌어당기며 집사에게 소리쳤다. “닥쳐! 네가 임씨 가문의 집사야, 아니면 그 천한 년의 앞잡이야?” 셋째 오빠도 연신 비웃었다. “조 집사, 똑똑히 기억해 둬. 시골에서 버릇을 잘못 배워먹은 그런 인간은 애초에 임씨 가문의 딸이 될 자격도 없어. 예진이야말로 우리에게 유일한 동생이야.” 그 말에 내 영혼이 세차게 떨렸다. 내가 처음 돌아왔을 때, 오빠들도 내가 부모님이 남긴 유일한 혈육이라며 절대 임예진 편을 들지 않겠다고 했었다. 그리고 사흘 전, 큰오빠에게 주려고 사흘 밤낮을 꼬박 새워 피가 맺힌 손으로 자단목 평안패를 깎았다. 그런데 임예진이 그걸 확 낚아챘고, 내가 되찾으려 달려들자 호수로 뛰어들며 내가 밀었다고 울부짖었다. 세 오빠는 확인조차 하지 않고 곧장 나를 냉동고로 끌고 갔다. 역시 세 오빠에게 유일한 동생은 처음부터 임예진 하나뿐이었다. 나는 문득 그 일이 너무나 우습게 느껴졌다. 이런 가족이라면, 차라리 없는 게 나았다. 쾅! 그 순간 현관문이 거칠게 열렸다. 냉동고를 지키던 사람이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허둥지둥 뛰어 들어왔다. “큰일 났습니다!” 문지기는 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며 말했다. “냉동고 안이... 계속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아서 환풍구로 한 번 들여다봤는데...” “아가씨가... 숨이 끊어진 것 같습니다! 온몸이 완전히 얼어붙었습니다!” 거실의 공기가 한순간 얼어붙었다. 큰오빠가 벌떡 일어섰고, 동공이 급격히 좁아지며 눈 깊은 곳에 극도의 당혹감이 스쳤다. 둘째 오빠와 셋째 오빠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안색이 급변했고, 본능적으로 밖으로 뛰쳐나가려 했다. “아!” 그때 임예진이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주저앉아 큰오빠의 옷자락을 붙들었다. “언니가 아직도 나한테 화가 난 걸까요...” 임예진은 가슴을 움켜쥐었고, 눈에는 순간적으로 극심한 두려움이 스쳤다. 이번만큼은 연기가 아니었다. 냉동고 온도는 정말로 임예진이 영하 40도로 바꿔 놓았고, 내가 정말 죽었을까 봐, 그리고 일이 완전히 탄로 날까 봐 두려워했던 것이다. “친부모님한테 들었는데... 언니가 시골에서 살 때 농사일을 하기 싫어서 자주 기절한 척하며 부모님을 속였대요...” “이번에도 그런 방법으로 오빠들이 나를 내쫓게 하려는 건 아닐까요?” “그러니까 나는 그냥 떠나는 게 낫겠어요. 오빠들은 어차피 친남매고, 나는 인신매매범이 낳은 자식일 뿐이잖아요.” 그 말은 마치 얼음물을 끼얹은 것처럼 세 남자의 마음속에 일었던 불안을 단숨에 식혀 버렸다. 동시에 임예진을 향한 연민과 보호 본능이 다시금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그러자 큰오빠가 경멸스럽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죽은 척하는 데 맛 들였나 보지?” 둘째 오빠는 금테 안경을 밀어 올리며 극도의 혐오가 담긴 눈빛을 보였다. “의학적으로 숨을 참고 기절한 척하는 수작에 누가 속겠어?” 셋째 오빠의 얼굴에도 짙은 분노가 깔렸다. “예진이가 행복해하는 꼴을 못 보고 꼭 이런 때까지 분위기를 망치네.” “죽은 척하는 거라면 우리가 직접 가서 확인해 주지. 어디까지 연기할 수 있는지 두고 보자고!” 임예진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애초에 임예진이 그런 말을 한 건 오빠들이 냉동고로 가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말로 직접 확인하러 나서자, 임예진은 다급히 가슴을 움켜쥐었다. “가슴이 너무 아파요... 언니는 그냥 내버려두고, 나랑 있어 주면 안 돼요?” 하지만 임예진은 자신이 오빠들의 마음속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너무 얕잡아 봤다. 자신 때문에 오빠들이 나를 향해 품은 증오가 얼마나 깊은지도 알지 못했다. 임예진이 아파하는 모습을 보자, 큰오빠는 손에 쥔 찻잔을 힘껏 내리쳐 산산조각 냈다. 유리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무서워하지 마. 너는 먼저 가서 푹 쉬어!” 큰오빠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그 독한 년이 널 이렇게까지 몰아붙였으니, 오늘 반드시 무릎 꿇리고 사과하게 만들 거야.” 둘째 오빠는 재빨리 구급상자에서 강심제 주사기를 꺼내 들며 얼음장 같은 눈빛을 보였다. “죽은 척하는 거지? 오늘 내가 죽는 것보다 못한 고통이 뭔지 똑똑히 가르쳐 줄게.” 셋째 오빠는 넥타이를 거칠게 잡아당기며 살기 가득한 얼굴로 맨 앞에 나섰다. “가자! 문부터 부숴!” “그년을 끌어냈을 때도 계속 연기를 할 수 있는지 내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해 보겠어!” 제3화 나는 세 오빠의 뒤를 따라가며 마음이 더욱 서늘해졌다. 지하실 복도는 뼛속까지 스미는 한기로 가득했고, 세 오빠는 성큼성큼 냉동고 문 앞으로 걸어갔다. 큰오빠는 하얀 서리가 내려앉은 철문을 발로 걷어찼고, 묵직한 굉음이 지하실 전체를 뒤흔들었다. “임서연! 죽은 척하지 말고 당장 나와!” “예진이를 화나게 해서 심장병까지 도지게 만들었잖아. 오늘은 무릎 꿇고 예진이한테 빌어!” 하지만 철문 안쪽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내 영혼은 허공에 떠서 분노로 일그러진 큰오빠의 얼굴을 차갑게 바라봤다. 큰오빠는 몰랐다. 그 안에 있는 나는 이미 숨조차 쉬지 않는다는 것을. 안에서 아무 기척도 없자 둘째 오빠는 금테 안경을 밀어 올리며 비웃었다. “아직도 불쌍한 척하는 거야? 입 다물고 있으면 우리가 마음 약해질 줄 알아?” “사람은 극한의 추위 속에서 본능적으로 살려 달라고 소리치기 마련인데, 너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으니 연기가 너무 어설픈 거 아니야?” 셋째 오빠는 더욱 살기 가득한 얼굴로 옆에서 벌벌 떨고 있는 문지기의 멱살을 잡아챘다. “그년이 너희를 매수해서 몰래 도망가기라도 한 거야?” “이딴 저질스러운 연기로 협박하면 우리가 겁먹을 줄 알아?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문지기는 겁에 질려 털썩 무릎을 꿇고 미친 듯 머리를 조아렸다. “절대 아닙니다! 지난 사흘 동안 아가씨는 냉동고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내가 아직 안에 있다는 말을 듣자, 큰오빠는 코웃음을 치며 냉동고 철문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네가 예진이를 거의 죽일 뻔했으면서 잘못 하나 제대로 인정하지도 않고, 너 정말 임씨 가문 사람 맞아?” “임서연, 당장 나와서 사과해! 그러면 우리도 다시 널 동생으로 받아줄 거야. 그렇지 않으면...” 큰오빠는 있는 힘껏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하지만 철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큰오빠는 순간 얼굴을 굳히더니 다리를 들어 다시 문을 사정없이 걷어찼다. “재주가 늘었네! 안에서 잠그기까지 해? 이러면 우리가 물러설 줄 알아?” 둘째 오빠와 셋째 오빠도 다가와 손잡이를 있는 힘껏 잡아당겼다. “문 열어! 당장 나와서 사과해!!” 하지만 아무리 힘을 줘도 철문은 여전히 꽉 끼어 움직이지 않았다. 큰오빠는 미간을 찌푸리며 화를 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문이 왜 이렇게 얼어붙은 것처럼 꼼짝도 안 하지?” 허공에 떠 있던 나는 일그러진 철문을 바라보며 눈빛에 깊은 비통함을 담았다. 어떻게 열릴 수가 있겠어? 사흘 전, 영하 40도의 혹한 속에서 나는 살기 위해 온몸의 힘을 다해 문을 두드렸다. 손톱은 전부 뒤집히고 부러졌으며, 따뜻한 피가 문틈을 따라 자물쇠 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그리고 극저온에 순식간에 단단한 핏빛 얼음으로 굳어 버렸다. 저 문은 내가 피와 살로 틀어막은 것이었다. “그년이 분명 일부러 안에서 자물쇠를 망가뜨린 거야!” 셋째 오빠는 화가 난 듯 헛웃음을 터뜨리며 문을 세게 걷어찼다. “좋아, 이제 자물쇠까지 망가뜨리면서 우리랑 끝까지 맞서겠다는 거지?” 둘째 오빠는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곧장 경호원에게 지시했다. “큰 망치랑 절단기 가져와! 자물쇠를 잘라 버려!” “저 안에서 언제까지 숨어 있을 수 있는지 두고 보자!” “오늘 내가 꼭 확인한다! 우리 셋이서 동생 하나 제대로 못 다룰 것 같아?” 잠시 후, 경호원이 중장비를 들고 달려왔다.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고, 귀청이 찢어질 듯한 절단 소리가 지하실에 울려 퍼졌다. 절단기가 깊이 파고들수록 문틈이 강제로 벌어졌다. 순간, 극심한 한기와 짙은 비린내가 뒤섞여 문틈에서 세차게 뿜어져 나왔다. 이 냄새를 맡은 사람들은 일제히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이 냄새, 뭔가 이상합니다!” 문지기는 사시나무 떨듯 온몸을 떨며 비명처럼 외쳤다. “이건... 이건 시체 썩는 냄새입니다!” 순간, 주변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큰오빠가 문을 두드리던 손이 멈칫했고, 동공이 급격히 수축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 순간, 셋째 오빠가 문지기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입 닥쳐!” “영하 10도에서 사람이 죽는다고? 내가 기본 상식도 모르는 줄 알아?” 셋째 오빠는 말을 마치자마자 경호원을 밀치고 손에 든 큰 망치를 빼앗았다. “똑똑히 들어! 부모님은 돌아가셨지만, 오늘은 우리 셋이 기어이 부모님 대신 너를 제대로 가르쳐 주겠어!” 셋째 오빠는 망치를 머리 위까지 치켜들었다. 그리고 분노를 모조리 쏟아붓듯 이미 너덜너덜해진 자물쇠를 향해 힘껏 내리쳤다. 쾅! 귀청이 터질 듯한 굉음과 함께, 나를 사흘 밤낮 가둬 두고 내 피와 살이 묻은 두꺼운 철문이 무너지듯 쓰러졌다. 밖에서 쏟아져 들어온 눈부신 빛이 칠흑같이 어두운 냉동고 안을 순식간에 환하게 밝혔다. 세 오빠는 얼굴에 분노를 가득 드러낸 채 희뿌연 냉기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왜 이렇게 추워?!” “임서연, 당장 나와...” 큰오빠의 고함은 냉동고 한가운데 웅크리고 있는 무언가를 알아본 순간, 그대로 끊겨버렸다.

More GoodNovel Nove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