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꿀복지를 고발한 배신자들의 최후

GoodNovel new 완결

연휴를 사흘 앞두고 고용노동부에서 전화가 왔다. [귀사에서 연휴 기간 강제로 워크숍을 진행한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검색해 봤다가 바로 상황을 파악했다. 입사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인턴 강소라가 올린 영상 때문에, 내가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 있었다. [연휴에도 워크숍이라는 명목으로 출근시키는 악덕 대표. 직장인은 회사 마음대로 부려도 되는 소모품인가요?] [자율 참석이라고 했지만, 누가 감히 안 간다고 하겠어요?] 댓글도 이미 수만 개가 달려 있었고, 욕설들도 온통 나를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 회사 워크숍은 회사에서 모든 비용을 부담하는 유급 여행이었다. 이번에는 내 사비까지 보태서 몰디브에서의 6박 7일 초호화 여행을 준비했다. 항공권과 숙박비는 전액 회사 부담. 거기에 1인당 400만 원의 별도 지원금까지 지급하고, 장기근속 직원은 가족도 함께 갈 수 있게 했다. 그런데 다들 그렇게 자유를 원한다니, 굳이 회사가 돈까지 써 가며 여행을 보내줄 이유도 없었다. 나는 고용노동부 담당자에게 짧게 대답했다. “전적으로 협조하겠습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사내 단체 채팅방에 공지를 올렸다. [고용노동부의 안내에 따라 이번 연휴 워크숍은 취소합니다. 연휴 기간 전 직원 정상 휴무입니다.] [이에 따라 여행 지원금 지급도 취소하며, 워크숍에 편성됐던 예산은 전액 이번 분기 사내 유보금으로 전환합니다.] 공지가 올라간 직후, 사무실 밖에서 누군가 책상을 거세게 내리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챕터 (1)

1화

연휴를 사흘 앞두고 고용노동부에서 전화가 왔다. [귀사에서 연휴 기간 강제로 워크숍을 진행한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검색해 봤다가 바로 상황을 파악했다. 입사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인턴 강소라가 올린 영상 때문에, 내가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 있었다. [연휴에도 워크숍이라는 명목으로 출근시키는 악덕 대표. 직장인은 회사 마음대로 부려도 되는 소모품인가요?] [자율 참석이라고 했지만, 누가 감히 안 간다고 하겠어요?] 댓글도 이미 수만 개가 달려 있었고, 욕설들도 온통 나를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 회사 워크숍은 회사에서 모든 비용을 부담하는 유급 여행이었다. 이번에는 내 사비까지 보태서 몰디브에서의 6박 7일 초호화 여행을 준비했다. 항공권과 숙박비는 전액 회사 부담. 거기에 1인당 400만 원의 별도 지원금까지 지급하고, 장기근속 직원은 가족도 함께 갈 수 있게 했다. 그런데 다들 그렇게 자유를 원한다니, 굳이 회사가 돈까지 써 가며 여행을 보내줄 이유도 없었다. 나는 고용노동부 담당자에게 짧게 대답했다. “전적으로 협조하겠습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사내 단체 채팅방에 공지를 올렸다. [고용노동부의 안내에 따라 이번 연휴 워크숍은 취소합니다. 연휴 기간 전 직원 정상 휴무입니다.] [이에 따라 여행 지원금 지급도 취소하며, 워크숍에 편성됐던 예산은 전액 이번 분기 사내 유보금으로 전환합니다.] 공지가 올라간 직후, 사무실 밖에서 누군가 책상을 거세게 내리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제1화 회사를 세운 지도 올해로 6년째였다. 처음에는 네 명이 허름한 집에 모여서 시작했고, 그렇게 3년을 버틴 끝에 겨우 회사를 제대로 키워 냈다. 그때부터 내가 세운 원칙이 하나 있었다. [매년 회사 순이익의 50%는 직원 복지에 쓴다.] 구내식당의 무료 과일이나 간식 같은 보여 주기식 복지가 아니라, 직원들이 확실히 체감할 수 있는 혜택에 돈을 썼다. 지난해 명절에는 전 직원에게 240만 원씩 지원금을 지급했고, 유급휴가도 3일 더 줬다. 재작년 워크숍은 뉴질랜드에서의 스카이다이빙이었다. 1인당 860만 원이 들었지만 비용은 전부 회사에서 부담했다. 초창기부터 나와 함께한 핵심 직원들이 매년 받는 복지만 합쳐도 급여보다 많을 정도였다. 그만큼 돌아오는 것도 확실했다. 사내 분위기는 좋았고, 실적은 해마다 두 배씩 뛰었다. 이직률도 업계에서 부러워할 만큼 낮았다. 그래서 올해 연휴에는 더 크게 준비했다. 몰디브 6박 7일 여행에 수상 빌라까지 전부 회사에서 부담하기로 했다. 1인당 지원금은 400만 원. 장기근속 직원은 가족도 함께 갈 수 있었고, 항공권과 숙박 예약금도 2주 전에 이미 결제해 둔 상태였다. 그런데 한 달 전 입사한 인턴 강소라의 30초짜리 영상 하나로 모든 일정이 틀어졌다. 창업 때부터 함께한 최지연 이사가 핸드폰을 내 앞에 내밀었다. “대표님, 댓글이 벌써 5만 개를 넘었습니다.” 나는 화면을 훑어봤다. [피도 눈물도 없는 오너네.] [연휴에 워크숍을 가면 사실상 출근이잖아?] [직원들도 사람인데, 이건 신고해야죠.] 댓글은 끝도 없이 올라왔고, 하나같이 내 이름을 거론하며 욕을 퍼붓고 있었다. 강소라는 직장 내 부당한 관행을 고발한다는 취지의 태그를 달았고, 회사가 연휴에 강제로 워크숍을 진행한다고 호소하고 있었다. 영상 속 그녀는 부당한 회사내 문화에 맞서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낸 인턴처럼 보였다. 30초짜리 영상의 조회 수는 이미 300만 회를 넘어섰다. 사무실 밖으로 나오자 복도에는 직원들이 몰려 있었다. 최 이사와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이영민 부장이 정수기 옆에서 핸드폰 화면을 가리키며, 몇몇 장기근속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뉴질랜드 스카이다이빙은 못 갔어도 명절 지원금은 한 푼도 빠짐없이 받았잖아. 혜택은 다 받아 놓고 이제 와서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옆에 있던 영업팀 조현우 대리가 초조한 얼굴로 물었다. “그럼 몰디브는 이제 못 가는 겁니까? 아내도 벌써 휴가까지 냈는데요.” 이 부장이 책상을 탁 쳤다. “가긴 어딜 가. 고용노동부까지 나섰잖아. 대표님이 방금 전부 취소한다고 공지 올렸어.” 복도가 순식간에 시끄러워졌다. “강소라 씨, 진짜 너무한 거 아니야? 자기가 뭘 날려 먹었는지 알기나 해?” 나는 술렁이는 직원들을 잠시 바라보다 말없이 사무실로 돌아갔다. 최지연이 따라 들어와서 목소리를 낮췄다. “대표님, 정말 아무 대응도 안 하실 겁니까? 온라인에서 하는 말이 너무 심합니다.” “대응 안 해.” 나는 곧바로 필요한 자료를 짚어 줬다. “지난 1년간 순이익이랑 복지비 집행 내역, 직원별 복지 수령 내역, 이번 몰디브 여행 항공권이랑 숙박 예약금 결제 내역까지 전부 정리해 줘.” 최지연이 잠시 나를 바라봤다. “고용노동부에서 확인하러 온다잖아. 보겠다는 건 전부 다 보여 줘.” 제2화 의자에 다시 앉자 핸드폰이 또 울렸다. 확인해 보니 강소라가 새 영상을 올린 상태였다. 영상 속 강소라는 눈시울을 붉힌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그냥 평범한 직장인일 뿐이에요. 이런 부당한 직장 문화 때문에 더는 피해 보는 사람이 없으면 좋겠어요.] 나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이미 식어 버린 커피를 들었다. 그때 밖에서 누군가 또 책상을 내리쳤는지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 최지연이 문 앞에 서서 뭔가 말하려다 망설이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바라봤다. “강소라 입사 지원서도 가져다줘.” 다음 날 강소라는 출근하지 않았다. 병가를 냈고, 제출한 서류에는 급성 위장염 진단을 받았다고 적혀 있었다. 그런데 온라인을 확인해 보니, 강소라는 침실 침대에서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었다. 직장 내 부당한 관행을 바로잡자는 문구가 적힌 왕관 모양의 가상 효과까지 띄운 채였다. [여러분, 제가 사실대로 말한 뒤 회사에서 괴롭힘을 당했습니다. 오늘은 무서워서 출근도 못 했어요.] 화장도 하지 않고 얇은 흰 티셔츠만 입고 있어서, 더 야위고 안쓰러워 보였다. 라이브 시청자는 이미 2만 8천 명을 넘어섰다. 채팅창에는 강소라를 걱정하고 응원하는 글이 쉴 새 없이 올라왔고, 유료 후원도 연달아 들어왔다. [저는 인턴이에요. 월급이 고작 170만 원밖에 안 됩니다. 그래도 후회하지 않아요. 직장인이 이런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되니까요.] 마지막 말을 할 때 강소라는 일부러 목이 메는 듯 말을 끊었다. 그 타이밍은 너무나 정확했다. 나는 강소라에게 개인 카톡을 보냈다. [강소라 씨, 입사한 지 한 달밖에 안 돼서 이전 워크숍이 어떤 식이었는지 잘 모를 겁니다. 지금이라도 멈추면 아직 수습할 수 있습니다.] 분명히 읽었는데도 대답이 없었다. 그런데 30분 뒤, 나는 라이브 방송에서 내가 보낸 메시지를 그대로 보게 됐다. 강소라는 대화 캡처 화면을 카메라에 비췄다. [여러분, 이것 좀 보세요. 대표가 직접 나서서 저를 협박하고 있습니다. 멈추라는 게 무슨 뜻이에요? 수습할 수 있다는 건 또 무슨 뜻이죠? 이게 협박이 아니면 뭔가요?] 채팅창이 순식간에 뒤집혔다. [이 대표라는 인간 진짜 역겹다. 어린 인턴을 협박하네.] [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게 자료 잘 챙겨 두세요.] [스크린샷 저장했어요. 필요하면 증거로 쓰세요.] 후원금 합계가 단번에 튀어오르더니 640만 원에서 940만 원으로 올라갔다. 오후가 되자 최지연과 이영민이 나를 찾아왔다. 둘 다 표정이 잔뜩 굳어 있었다. 이영민이 손을 몇 번 비비며 말했다. “대표님, 계속 이렇게 아무 대응도 안 하시면 안 됩니다. 온라인에 도는 말이 점점 선을 넘고 있어요. 이제는 대표님이 횡령하고 뒷돈까지 받았다는 말도 나옵니다.” 최지연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받았다. “저도 이 부장하고 얘기해 봤는데, 회사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올리는 게 어떨까요? 지난해 받은 10대 우수기업 선정 자료와 세금 납부 관련 자료도 같이 공개하고요.” 나는 잠시 생각한 뒤 동의했다. 입장문을 올린 지 두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서, 강소라는 라이브 방송에서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더니 말을 이었다. [여러분, 회사에서 무슨 상패까지 들고 나왔네요. 10대 우수기업이래요.] [이런 상패는 돈만 좀 쓰면 살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여러분은 믿으세요? 뒤에서 돈이 오갔는지 누가 알겠어요.] 채팅창의 분위기가 금세 달라졌다. [찔리니까 급하게 해명하는 거네.] [저 상이 어떻게 선정됐는지도 조사해 봐야 하는 거 아냐?] [진짜 문제가 없다면 왜 저렇게 급하게 해명하지?] 최지연은 굳은 얼굴로 펜을 꽉 쥐고 있었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이렇게 뻔뻔한 인간은 정말 처음 봅니다.” 나는 라이브 화면을 껐다. 이영민이 가까이 다가와 목소리를 낮췄다. “대표님, 강소라 씨 이거 처음부터 준비하고 들어온 것 같습니다. 말하는 방식이 너무 익숙해요. 갓 졸업한 인턴이 혼자 여론을 저렇게 끌고 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 가능성은 나도 이미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움직이지 않은 건 괜히 먼저 건드려서 경계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며칠만 더 지켜봐. 이 일은 그냥 넘어갈 수 없어.” 최지연은 여전히 조금 불안해 보였다. 그래도 내가 크게 동요하지 않는 걸 보더니 더는 묻지 않았다. 나는 컴퓨터를 켜고 강소라가 입사 첫날 작성한 입사 지원서를 열었다. 비상 연락처에는 가족이 아니라 박동철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관계란에는 ‘친구’라고 적혀 있었다. 제3화 박동철은 영업팀에서 4년째 일하고 있고 회사 사정에도 익숙한 직원이었다. 재작년 뉴질랜드 스카이다이빙에도 갔고, 지난해 명절 지원금도 받았다. 회사에서 지급한 복지 혜택은 한 번도 빠뜨린 적이 없었다. 나는 입사 지원서 화면을 캡처해서 최지연에게 보냈다. [박동철이 최근 3일 동안 시스템에 접속한 기록 좀 확인해 줘.] 논란은 사흘째가 되자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오전 9시, 내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3년째 거래 중인 최대 고객사 정준우 대표였다. 인사말도 없이 바로 본론부터 꺼냈다. [윤 대표님, 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 그룹은 협력사 관련 여론을 따로 점검하고 있는데, 지금 귀사가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와 있어서요.] [다음 분기 구매 계약은 일단 보류하겠습니다. 상황이 정리되면 다시 이야기하죠. 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이사회에서도 보고 있어서요.] 통화가 끊어지고 나자 사무실이 유난히 조용했다. 16억 원. 다음 분기 매출의 40%였다. 인턴 한 명의 30초짜리 영상 때문에 그 계약이 멈출 위기에 놓인 것이다. 핸드폰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면서 가슴은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런데 생각을 정리할 틈도 없이 최지연이 사무실로 들어왔다. “대표님, 박동철이 직원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잠깐 멈칫했지만 생각해 보니 이상할 것도 없었다. “탕비실에 새로 들어온 젊은 직원들을 몇 명 모아 놓고 따로 얘기하고 있어요.” “지나가다 들었는데... 대표님이 이번에는 너무했다면서, 강소라 씨 혼자 회사 밖에서 싸우고 있으니 다른 직원들도 같이 나서서 도와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강소라 씨를 동생이라고 부르더라고요.” 나는 의자에 기댄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박동철은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사람을 상대하는 데 능숙했고, 회사에서도 누구와 척지는 법이 없었다. 워크숍만 가면 누구보다 먼저 술잔을 챙겼고, 단체사진을 찍을 때면 제일 먼저 가운데 자리를 차지했다. 복지 혜택 지급 명단에서도 늘 이름이 앞쪽에 있었다. 그런 사람이 지금은 강소라 편에 서서 회사가 잘못했다는 식으로 나서고 있었다. 뭔가 이상했다. 최지연이 태블릿을 내밀었다. “그리고 하나 더 있습니다. 박동철의 시스템 접속 기록을 확인해 봤는데요.” 화면에는 시스템 기록이 떠 있었다. 지난 3일 동안 박동철의 계정으로 업무시간이 아닌 때에 고객 관리 시스템에 여러 번 접속한 흔적이 있었다. 접속 시간은 밤 11시부터 새벽 1시 사이에 몰려 있었다. “무슨 자료를 내려받았어?” 최지연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핵심 고객 세 곳의 견적 자료입니다. 저희가 거래할 때 사용하는 최저 제안 가격까지 들어 있습니다.” 최지연이 말을 이었다. “경쟁사가 이 자료만 가지고 있으면, 우리 가격에 맞춰 더 낮은 조건을 제시하기가 훨씬 쉬워집니다. 고객을 빼앗길 수도 있고요.” 그제야 흩어져 있던 조각들이 하나씩 맞아 들어가기 시작했다. 강소라가 앞에서 여론을 흔드는 동안 박동철은 한밤중에 회사의 핵심 고객 자료를 빼내고 있었다. 두 사람이 정말 처음부터 함께 움직인 거라면, 강소라의 영상은 사람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수단이었을 수도 있었다. “이 자료를 들고 어디로 이직하려는 거야?” 최지연이 입술을 한 번 깨물었다. “제가 알아봤는데, 지난달에 N시에 기반을 둔 태성그룹 영업팀장과 두 번 식사를 했습니다. 태성그룹은 저희의 최대 경쟁사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같이 찍힌 사진 있어?” 최지연이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보여 줬다. “박동철이 직접 SNS에 올렸습니다. 글에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라고 써 놨는데, 맞은편에 앉은 사람 재킷 가슴 쪽에 태성그룹 로고가 있었습니다.” 나는 잠시 동안 말없이 화면만 바라봤다. “오늘 회사에 있어?” “네. 지금 자기 자리에 있습니다. 제가 들어올 때 보니까 핸드폰으로 강소라 씨 라이브를 보고 있었어요. 웃고 있더라고요.” 나는 곧바로 CCTV 화면을 띄웠다. 박동철은 자기 자리에 앉아서 핸드폰을 들고 있었다. 화면까지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계속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뭔가를 누르고 있었다. 잠시 뒤 그의 손이 멈췄다. 거의 같은 시각 강소라의 라이브 화면에는 익명의 계정으로 유료 후원이 들어왔다. 그것만으로 박동철이 보냈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확인해 볼 이유는 충분했다. 화면을 보던 최지연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 “4년 동안 회사에서 받을 건 다 받아 놓고, 자료까지 훔쳐서 나가려고 하면서 뒤통수까지 치네요.” 제4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 직원에게 공지해. 내일 오후 3시, 강소라 씨까지 한 명도 빠지지 말고 대회의실로 모이라고 해.” “사내 단톡방에는 연휴 전 마지막 전사 회의라고 올리고. 고용노동부 안내와 관련된 내용이라 전원 확인 서명도 필요하다고 해.” 최지연이 잠시 망설였다. “강소라 씨도 올까요?” 나는 CCTV 화면을 끄고 가볍게 웃었다. “올 거야.” 지금처럼 라이브 반응이 뜨거울 때라면, 대표에게 직접 따질 기회를 그냥 넘기지는 않을 테니까. 연휴 전날 오후 3시 정각. 대회의실 문이 열렸다. 강소라가 가장 먼저 들어왔다. 오른손에는 핸드폰을 높이 들고 있었다. 화면은 자기 얼굴을 향해 있었고, 라이브 알림음이 계속 울렸다. 가볍게 화장한 강소라의 뒤로 젊은 직원 4명이 따라 들어왔다. 박동철이 따로 불러 모았던 직원들이었다. 강소라는 카메라를 보면서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러분, 지금 회사 대회의실입니다. 대표님이 회의를 하자고 해서 왔어요.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전 무섭지 않습니다.] 라이브 시청자는 3만 명에서 순식간에 5만 명까지 늘었다. 채팅창에도 글이 쉴 새 없이 올라왔다. [힘내요.] [대표한테 제대로 따져요.] [온라인에서 20만 명이 응원하고 있는데 뭐가 무서워요?] 강소라는 내 맞은편에 앉더니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세웠다. 카메라는 정면으로 나를 향하고 있었다. “대표님, 마침 잘 됐네요. 저도 직접 말씀드릴 요구사항이 몇 가지 있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해 봐요.” “첫째, 전 직원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강제 워크숍이 잘못이었다고 인정해 주세요.” “둘째, 제가 신고한 뒤 받은 정신적 피해도 보상해 주세요.” “셋째, 오늘 회의는 전부 라이브로 공개해 주세요. 한마디도 빼지 말고요.” 채팅창이 올라가는 속도는 더 빨라졌고 유료 후원도 연달아 들어왔다. [당당하다.] [할 말은 해야지.] [직장인도 이 정도는 말할 수 있어야죠.] 박동철은 팔짱을 끼고서 회의실 뒤쪽 벽 가까이에 앉아 있었다. 마치 구경이라도 하듯 미소까지 띠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슬쩍 바라보자 곧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대회의실은 직원들로 가득 찼다. 그리고 카메라 너머에서는 6만 명이 이쪽을 보고 있었다. 나는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테이블 위에 미리 준비해 둔 서류 봉투를 열고 안에 든 자료를 하나씩 꺼내 펼쳐 놓았다. 첫 번째는 몰디브 6박 7일 여행 항공권 단체 예약 계약서였다. 명단에는 직원 42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두 번째는 수상 빌라 예약 확인서. 숙박비는 전액 결제가 끝난 상태였고, 객실당 1박 평균 금액은 280만 원이었다. 세 번째는 1인당 400만 원씩 지급하기로 한 여행 지원금 승인 내역이었다. 재무팀의 확인 도장과 내 서명도 들어가 있었다. 네 번째는 장기근속 직원 가족의 무료 동반 명단이었다. 배우자와 자녀를 포함해 총 21명이 함께 갈 수 있도록 준비돼 있었다. 모든 서류에는 회사 도장이 찍혀 있었다. 개인정보가 적힌 부분은 가린 상태였지만, 예약 내역과 지급 예정 금액은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적혀 있는 금액을 모두 합치면 4억 원이 넘었다. 나는 강소라도 박동철도, 회의실 안의 어느 누구도 보지 않았다. 그저 테이블 위의 핸드폰 카메라만 바라봤다. 그리고 카메라 너머의 6만 명을 향해 말했다. “라이브를 보고 계신 분들, 안녕하세요. 지난 사흘 동안 여러분에게 욕을 먹은 그 악덕 대표입니다.” 채팅창에는 여전히 비난과 조롱이 올라오고 있었다. 나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강소라는 잠깐 놀란 듯했지만, 이내 자신이 원하는 답을 들었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나는 테이블 위의 서류를 가리키며 한마디씩 또박또박 말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직원들을 가족처럼 생각한 것도, 매년 회사 순이익의 절반을 복지에 쓴 것도 잘못이었습니다.” “4억 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서 수상 빌라에서 지내는 여행을 준비한 것도 잘못이었고요.” 채팅창의 움직임이 잠시 멈췄다. “회사 비용으로 몰디브에서 6박 7일 동안 지내게 하고, 별도 지원금까지 지급하는 워크숍도 문제가 된다고 하니 그 부분 역시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앞으로 회사 워크숍은 전부 없애겠습니다. 연휴에는 모두 각자 자유롭게 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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